review 24.9.30
예술은 가르치지 않는다. 경험을 통해 거듭나게 한다. 내가 예술을 다시 조명하게 된 것은, 예술의 주변부에서 서성이며 ‘활용’하고 ‘소비’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부터다. 무엇이 두려웠을까? 그와 달리 예술가는 두려움의 한가운데에서도 자신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며 살아간다. 그들의 눈은 늘 새로운 경험을 포착하고, 그 경험은 우리의 관심을 끌어당긴다. 예술가는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고, 그것을 세상에 던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지나치는 것들이 그들의 손을 거쳐 이미지와 단어로 구체화되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더 이상 그 무언가를 지나칠 수 없게 된다. 예술가는 호기심이라는 그물을 던져, 그 안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그 공간 안에서 우리는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마법 같은 경험이 시작된다.
예술가가 던진 그물에 걸린 나는,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곳은 내가 세포 단위로 퇴행하고 해체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캄캄하고 텅 빈 공간 안에 납작한 ‘주머니 자궁’이 놓여 있었다. 나는 잠시 현실의 나를 내려두고, 따뜻한 차와 함께 건네진 내러티브 속으로 들어갔다. 그 내러티브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부드럽게 흐릿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주머니 자궁 안에 몸을 맡기고, 사운드와 감각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나를 둘러싸는 어둠이 있었다. 어둠은 혼돈이며, 무의식이고, 모성이다. 씨앗이 땅 속 어둠에서 싹을 틔우듯, 생명은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미술치료나 명상에서의 자기 인식과 변형의 과정과도 깊이 닿아 있다. 어둠 속에서 감각은 더욱 예민해지고, 시각은 사라지고 촉각과 청각이 깨어난다. 딴딴딴 두들기며 깨우는 사운드는 들썩이는 몸의 충동을 일으켰다. 반복되는 사운드는 충동이 잦아들게 하며, 어느새 이완이 되었다.
어둠 속에서 이미지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어루만지며 출렁이는 나뭇잎들이 보였다. 일렁이는 빛이 깜빡깜빡 켜졌다 꺼졌다. 어느새 색색의 선이 분출했고, 유리조각처럼 빛나는 알갱이들에 매료되었다. 그때 다시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고, 속으로 ‘빨리 나가고 싶어’라고 외쳤다.
주머니 자궁에서 깨어난 나는, 과거 죽음을 가까이 경험한 이후 스스로 치유적 활동을 통해 그 모든 혼돈과 혼란의 과정을 받아들였던, 그 밤을 떠올렸다. 해가 뜨기 직전, 나는 ‘내가 이 생에 태어난 그 순간의 나를 경험하고 싶다‘고 되뇌었다. 그리고 다음날 평안한 얼굴로 눈을 떴다.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생’이 다시 주어졌음을 직감했다.
이 경험은 그저 물리적 참여를 넘어섰다. 짧지만 강렬한 경험을 통해 내 안의 어떤 것과 연결될 수 있었다. 예술가가 던진 그물 안에서, 나만의 사적이고 특별한 이야기를 다시 길어올릴 수 있었다. 토끼굴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앨리스처럼, 나는 그 주머니 자궁 속에서 퇴행하고 해체되었으며, 다시 복원되었다. 예술가는 언제나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보고, 익숙한 것 속에서 새로운 것을 길어 올린다. 그들이 던진 이미지는 우리의 세계를 흔들고, 사소하게 보였던 것을 주목하게 만들며, 자신만의 여정을 떠나도록 장을 마련해준다.
예술은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존재를 언제든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속삭인다.
20여년 간 자신 안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여러 주제를 다루며, 이미지를 통해 창조적 전환과 내적 성장을 탐구합니다. 마음의 치유와 연결하는 과정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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